의뢰명: 소녀를 찾아올것.
구분: 보상의뢰- 인물- 특정목적 불문
보상: 220,000G
지역: 세토 산 200~600M 부근
특징: 붉은 머리에 핏빛 눈. 옷 밑이 심하게 해져 있음.
비고: 필. M.R.
파티: 필요시 허가.
기한: 1주일 내로 임무 완수할것. (2/17~ 2/24)
길드 내에는 사람이 텅 비어있었다. 웨온해 오른쪽에 위치한 더월 대륙에서 대규모 종교 전쟁이 터졌다는 소리에 길드측이 중재를 나서기로 한것이였다. 북쪽 한티 지역의 테일라 종교사람 하나가 남쪽 닌스지역의 페르미라 종교지역쪽으로 들어섰다가 물의가 일어난것이 배경이 된 것 같았다. 꽤나 큰 두 종교 당체의 싸움이였기에, 화이트 나이츠 본 지부 사람들도 꽤나 많이 빠져나가게 된것이다. (수정) 화이트나이츠도 어떻게 보면 종교일 수 있다만, 1300년이 지난 지금 종교보다는 길드적 성격이 강했다. 텅텅 빈 1,2층의 내부 홀을 보던 로우라엘은 한숨을 푹 쉬고는 일을 하러 길드의 중앙문을 열었다.
"아- 뭔가 꾸리꾸리한 일이 있을 거 같아."
작은 푸념이 열린 문 밖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정확이 이틀 뒤. 푸념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 ...
"이건 분명 지랄인거야."
로우라엘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트롤과 오우거, 크로거스팅을 보며 되씹었다. 벌써 열한번째였다.
세토 지역은 길드 본 지부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웨온 해안 동북북쪽에 위치한 곳이였다. 화이트 나이츠 북부 지부에 마나 포탈을 이용하면 빨랐지만, 북부 지부도 종교 전쟁으로 길드원 대부분이 빠져버린 뒤라 아용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말로 뱅 돌아서 세토 산 입구까지는 겨우겨우 도착을 했는데- 이때부터 더 골치가 아파지는 거였다.
"니네 무슨 파티맺었냐? 공장에서 양산해내는것도 아니고 왜 똑같은 새키들만 계속나와!?"
입구부터 300M 지역까지. 거의 똑같은 수의 몬스터들이 아까전부터 로우라엘 앞으로 나와대었다. 종도 한정되어 있었다. 트롤, 오우거, 까마귀의 변종인 크로거스팅에 가끔씩 고블린 한두마리. 해치우는거야 로우라엘에겐 간단한 일이여지만, 이건 몸이 지치기 전에 눈부터 질리고 있었다.
크아아아-
트롤 한마리가 로우라엘에게 돌진해왔다. 반면 로우라엘은 이제 기가 질린다는듯 다가오는 트롤을 한심한 눈짓으로 보고 있었다.
"귀찮다 이제."
후웅-
트롤의 팔이 로우라엘에게 휘둘려졌다. 북쪽 산새지역에서 서식하는 트롤이라 그런지 팔이 2M정도로 매우 길었다. 로우라엘은 팔이 휘둘러지는 각도를 바로 알아채더니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팔은 아슬아슬하게 로우라엘을 못맞힌채로 허공을 휘둘렀고, 트롤은 그 순간 균형을 잃고 살짝 휘청거렸다. 로우라엘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안으로 파고 들어가 트롤의 다리를 발로 가격했다.
팍!
"키엑-?"
갑작스러운 통증에 트롤이 완전히 몸의 균형을 잃어버렸다. 로우라엘은 품속에서 잘 갈아진 단도 하나를 꺼내더니, 넘어지는 트롤의 목 밑으로 칼을 대었다.
서걱-
쿵!
트롤은 목과 몸이 분리되면서 쓰러졌다. 아무리 재생력이 뛰어난 트롤이라고 해도 목이 잘리면 죽는다. 로우라엘은 짙은 초록색의 피를 땅바닥에 흘리고 있는 트롤의 시체를 힐끗 보더니 입을 열었다.
"트롤 족속들은 긴팔만 무식하게 휘두를 줄 알지 아는게 없어. 재생력만 믿고 깝죽댔다가는......"
우워어어어-
키에-
"...제길."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보며. 로우라엘은 혀를 차더니 다시 단도를 들었다.
"니놈들이 내가 폼나게 말할 시간을 줄 리가 없지."
- 2010/10/0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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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1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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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 나머지.
다른건 대학 가고 생각할 일이다.
소설은 몰라도(야)
- 2010/09/1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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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로우라엘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아아- 하지만 복잡한거 물어볼려고 온거면 쫓아낼거야아-"
"제길."
너무나도 나른한 목소리에 로우라엘은 순간 휘청거렸다. 저게 어딜봐서 길드장인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것조차 후회가 될 정도의 태평함이였다. 잡생각을 접고 그는 문을 열었다.
달깍
방은 마스터의 방이니만큼 무척이나 넓었다. 침대에 소파에 와인 전시장등 별의별게 다있는곳이 여기였다. 웬만한 귀족방 뺨치는 구성. 아마 보통 사람이 이런 방 안에서 지낸다면 평생 살고도 불만을 없지 않을까. 주위를 둘러보던 로우라엘은 마스터가 있을 책상쪽을 바라보았다. 마스터 레일라는 세상 만사가 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있었다. 땅바닥까지 닿는 머리는 굵게 땋아서 등받이 뒤로 넘긴 상태였다. 성인기도 되지 않은 듯한 소녀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노라니 로우라엘은 심히 묘한 기분이들고 있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로우네?"
"그래도 목소리는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흐에, 너무해. 그래도 그정도는 기억한다고."
레일라는 두 눈을 감은채로 눈썹을 찌푸렸다.
"그런데 별일입니다."
"응? 뭐가?"
"방이 말입니다."
로우라엘은 레일라 앞에 있는 책상을 아까전부터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모서리부분도 남기지 말고 꽉꽉 채워져 있을 케이크들이 보이지를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올때도 땅바닥에 발도장이 찍혀있을 서류들도 없었다. 마스터의 방은 이상하리만치 깨끗한 상태였다. 레일라는 고개를 옆으로 떨구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면서 눈을 떴다.
"에벨란이 싹다 치웠어."
"아아."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 로우라엘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에벨란은 분명 어질러진 마스터의 방에 오자마자 괴성부터 질러대었을거다. 케이크를 자루에 퍼담고 서류를 정리하며 마스터를 구석에서 손들게 하고 있을 그녀였다. 길드 내에서 유일하게 마스터에게 혼을 낼 수 있는 여자였다. 원래는 그런 성격이 아니였는데, 비서실로 발령나고서부터 그렇게 되었다나.
"흑. 삐뚤어질거야."
'우와, 진짜 울려고 그래.'
이제 레일라의 눈에 고인 눈물은 거의 맺혀 떨어질 수준이였다.
"좋네요. 앞으로 케이크를 좀 줄이시는게 어떻습..."
"감봉시켜버릴거야."
"... 잘못했습니다. 많이 드십시오."
바로 백기. 어쨌든 마스터는 마스터였고, 로우라엘의 수당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것도 마스터 레일라였다.
그녀는 힘없이 의자에 기댄 몸을 앞으로 일으키더니 그대로 책상에 엎어졌다. 아까전부터 묘한 기분이 들고 있는 로우라엘에게는 상관도 안한채로 그녀는 입을 열었다.
"아냐. 됐어. 무슨일로 온거야아?"
"제 임무의 잉여성을 묻고 싶어서 왔습니다만."
"응? 무슨임무?"
"... 그렇게 모르는 표정하시면 제가 곤란스럽지 말입니다."
레일라는 고개를 들었다. 로우라엘은 자칫했다간 감탄사를 내뱉을뻔했다. 얼굴은 아까의 그 나른한 표정 그대로 돌아와있었는데, 그 표정 그대로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있는것 같은 느낌이였다. 로우라엘은 어떻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거냐고 물을려는걸 간신히 참고 본론을 입에 담았다.
"도서관에 가서 화이트 나이츠 관련고서를 읽고 올것이였습니다만."
"아? 아아."
이제야 안것일까. 마스터 레일라의 머리 위에 떠있는 물음표가 사라졌다.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맞아. 내가 그랬었지. 그런데 왜그랬더라?"
"어이. 이봐"
순간 울컥.
"흠, 그래서 뭐 얻은건 있었어?"
"딱히 없는데요."
"그래? 아쉽겠네-"
"제가 아쉬워할게 없거든요!?"
이제 로우라엘은 방에 들어온걸 후회하기 시작했다. 들어와봤자 얻을 것도 없다는것쯤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만 골치가 아파질줄은 차마 몰랐던 그였다. 생각을 바꿨다. 로우라엘은 이제 빠져나가는거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더 있었다간 자신이 위험해질지도 몰랐다.
"그럼 로우?"
"케이크를 얼굴에 바르긴 싫습니다."
"아까운 케이크 로우 얼굴에 안바를거니 걱정마."
"끄응"
이건 또 이것대로 기분 미묘한 로우라엘이였다.
"자."
탁.
레일라가 의자 옆에 높이 한 50cm는 쌓인 서류뭉텅이중 맨 꼭대기꺼를 집더니 책상 앞에다 내놓았다.
"에?"
"임무야"
"아무리 봐도 난 그냥 서류뭉치 아무거나 집어서 던진것 같은 느낌인데요."
"사람찾는거야. 곰팡이책 읽는것보다야 났잖아?"
이정도면 개무시였다. 그녀는 태평한 표정 그대로 로우라엘의 이의 제기를 완벽하게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임무 받으려고 온게 아니..."
"보수는 220만골드."
"끄으응-"
로우라엘도 이제 힘이 다 빠져버렸다. 보수도 짭짤하고 이 방에서 나가는것이 그의 우선순위였다.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 바이바이-"
"...네에에."
탁.
조용히 묻을 닫고 로우라엘은 방을 나왔다. 레일라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기지개를 한껏 폈다.
"으아아아아- 그럼 한숨 잘까아아아-?"
밑도 끝도 없이 태평한 길드 마스터였다.
- 2010/09/0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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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묘안 없습니까."
로우라엘의 말이 다시 경어체로 돌아왔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데다가, 그 소위 '금단의 구역' 이라 불리는 곳에 안전하게 갔다올 수 있는 방법도 몰랐기 때문이였다.
"없어. 있어도 너같은 불량한 녀석에겐 알려주지 않아."
"제기랄."
로우라엘이 뒤돌아섰다. 아까까지 잔뜩 들어가있던 어깨 힘이 다 빠져서 축 늘어진 채였다.
"가보겠습니다."
힘없는 목소리. 크라단도 이해를 하는지 찻잔을 내려놓고는 위로하는듯이 말했다.
"그래. 숙소가서 편히 쉬고 있어. 그래도 내일쯤에는 아마 새 의뢰가 들어와 있겠지."
"아니, 그게 아니고."
"뭐?"
"마스터 방에 갔다 오겠다고요."
"뭐!?"
순간 크라단은 다시 들려던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자신이 가도 괴로운곳에 로우라엘이 가봤자 득될것이 없었다. 반시체가 돌아올 것이 눈에 선했다.
"음, 이봐 로우라엘. 내가 내일 의뢰를 알아봐 줄테니까, 진정하고 그만 방으로 들어가는게 좋지 않을까?"
그의 말은 진심이였다. 자살기도였고, 반시체가 되어 올아올 것이였다. 아무리 로우라엘이 싸가지가 없고 반말 틱틱 해대고 기어오르기는 해도 일은 그럭저럭 잘 하는 녀석이 아닌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크라단은 그를 바라봤지만, 로우라엘은 이미 결심한 듯 했다.
"내가, 죽어도 곰팡이 책 읽은 이유는 알고 죽을래요."
"아냐, 너 오늘따라 오기가 좀 세. 그만 들어가. 최악의 경우엔 너도 케이크를 얼굴에 바르고 오게 될거라고."
"하아..."
로우라엘이 방문을 열었다. 뭔가 다급해진 크라단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딱히 어떻게 말릴 수는 없었다. 길드 내의 A 클래스 이상부터는 마스터의 방을 들어가는것이 허락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였다.
'무력으로라도 제재를 해야 하나?'
쓸만한 놈을 반병신으로 만들고 싶진 않은 크라단이였다. 과민반응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건 그의 진짜 염려였다.
그때, 방문 밖으로 나갈려는 로엘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없던데요."
"뭐?"
"이름 말입니다."
"무슨 이름?"
로우라엘은 고개를 돌리고 크라단을 보더니 얘기했다.
"화이트 나이츠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구요."
"하아?"
크라단의 얼굴이 의문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름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딱 한번만 그들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었습니다만, 곰팡이나 얼룩때문인지 이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만."
다시 고개를 돌린 로우라엘은 그자리에서 연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방에는 이제 어이가 빠진 크라단 한명만이 남아 있었다. 한참뒤에 정신을 차렸는지 그는 자리에 앉았지만, 얼굴 표정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한방 먹었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수정할곳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3일전. 크라단이 마스터 레일라에게 받은 임무는 이랬다.
-로우라엘에게 도서관으로 가서 화이트 나이츠의 관련 고서(가장 오래된 것)를 읽게 한뒤, 그들의 본명을 알아와라-
전쟁이 지난지 300년.
라텔은 수백년이 지나고서도, 그들의 원로들인 화이트 나이츠의 진명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였다.
이상한 일이지만서도, 화이트 나이츠는 말 그대로 '화이트 나이츠' 로 기억이 될뿐, 이름이 언급되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언급이 되었다고는 해도 사실 무근에 지나지 않았고, 로우라엘이 거짓말을 할리도 없기 때문에 대륙 최대의 도서관인 크로닌에도 언급이 되어있다고 할 수 없었다. 크라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라텔은 화이트 나이츠의 본명을 모른다는것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짜피 화이트 나이츠가 라텔의 길드의 원로라는것을 입증할 증거중 하나인 힐러의 무기가 마스터의 방에 안치되어 있으며, 길드의 건물 또한 대륙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고 있는 터였다. 자신들과 관련된 고서가 크로닌 도서관에도 수백권이 안착되어 있기도 했다. 그렇다고 라텔이 길드로서의 능력이 없는것도 아니였다. 오히려 가장 오래된 길드로서, 실력으로서 인정받은 라텔은 그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이였다.
문제는 요즘들어 귀족측에서 화이트 나이츠의 진명 의문을 제기하고 나오는 사건이 발생한것이였다.
몬스터의 출몰도 적어지고, 마족의 재침입도 더이상 일어나지 않자, 왜 자신들이 라텔에게 일정 부분의 세금을 떼줘야 하는것인지에 대한 항의였다. 수백년이 흘렀다던 라텔은 왜 자신들의 원로인 화이트 나이츠의 본명도 모르냐는 것이였다. 라텔측은 수백년동안 자신들이 한 일들을 거론하며 크로닌 도서관에 있는 관련고서들도 언급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더군다나 황실측도 입증을 확실히 할겸 알아내는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해서 빼도 박도 못하게 된 상황. 골치가 아파진 라텔은 결국 본명을 찾아내보기로 약조를 해버렸다.
"하아"
크라단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임무발령 보고서 서명란 옆에 '필' 이라는 글씨는 써져 있지 않았으니, 반드시 알아내진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귀족측의 반발이 더 심해질것이 뻔한 상황인 고로. 그라단은 허탈한 표정으로 찻잔을 들었다.
"... 차가 식었잖아."
끝까지 크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였다.
- 2010/08/25 21:59
- LatelStory.egloos.com/382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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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로 주먹이 세게 내려왔다.
"고로, 보상은 뭡니까."
"그런거 없다."
"그딴게 어딨습니까."
"하아."
커다란 창문에서 비쳐진 햇빛이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매우 넓었지만 놓여져있는것은 방안을 가득 메우는 썬더버드 문양의 털카펫하나와 벽에서 벽까지 닿는 매우 긴 책상이였다. 벽은 금빛 물결무늬가 옅게 그려져 있었고, 천장엔 거대하고 납작한 원통모양의 마력석이 화려한 조명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곳엔
여유롭게 홍차를 즐기고 있는 남자 하나. 그 모습을 '나 불만 많거든 이 상큼발랄한자식아' 라는 얼굴 표정을 지으며 노려보고 있는 남자 하나가 대치중이였다. 참고로 후자쪽이 로우라엘이였다.
"내가 몸소 도서관까지 가서 그 피기도 싫은 냄새나는 곰팡이책 펴서 읽어줬으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될거 아냐 이 화상아."
"넌 네 상관한테 그딴 소리가 나오냐?"
"암. 상관다운 짓을 해야지 부하짓을 하지 이 명칭만 총무인 불량 인간아."
"하아아."
그리고 전자쪽이 총무로, 그의 상관인 크라단이였다. 그는 자신의 검은머리를 손가락으로 꼬아가며, 나불대는 로우라엘한테 흥이 깨졌다는듯 파리보는 눈초리로 그를 보고 있었다. 어짜피 로우라엘이 뭐라고 하던 별로 대응해주고 싶은 마음따위 안중에도 있지 않은 그였다. 하지만 이 이상 꽥꽥댔다가는 골치 아프다는걸 안 크라단은 그의 말을 다시 가로막았다.
"내가 왜 굳이 너에게 뭘 줘야하는지 모르겠는데."
"무엇을 얻기 위해선 그와 동등한 댓가를 치뤄야 한다."
"등가교환법칙이 왜 거기서 튀어나오는거지?"
"당신이 맨날 말하는 철학이잖아. 이 자비로운 내가 책을 읽는 대가를 치뤘으니, 얻는게 있어야 할거 아냐?!"
"호오."
크라단이 자세를 바꾸었다. 아까전까지 의자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면서 차를 마시던 그는 옆 서류뭉치에다가 차를 내려놓더니,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팔꿈치는 책상에다 대고, 손바닥으로 그의 턱을 괴었다. 하지만 눈빛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꽤 많이 컷군 로우라엘. 예전에는 자라다 만 꼴뚜기 같았는데."
"그럼 지금은 다 자란 꼴뚜기냐. 그래봤자 손가락 하나도 안돼."
"좋아, 알았어. 너의 말은 뭐 일리가 있는것 같군."
"하, 이제 뭘 줄 마음이 생기셨나."
로우라엘은 드디어 한방 먹였다는듯 크라단에게 사악한 웃음을 지어냈다. 정말로 그는 크라단에게 단단히 뭔가를 받을 생각이였다. 도서관에서 읽기도 싫은 곰팡이 핀책을 읽어오라고 하질 않나, 자신의 담당 영역 일은 주지도 않았기에 쌓일만큼 쌓였던 그였다. 로우라엘은 이제 빨리 뭘 주던지 하라는 제스쳐로 손바닥을 크라단앞에서 내리깐채 쥐었다 폈다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라단은 거기에 눈길하나 주지 않은채로 입을 열었다.
"너한테 줄것따위 없다. 이 불량한 녀석."
"뭣이!?"
"그리고 등가교환식으로 친다면, 난 너에게 곰팡이난 책을 읽게 한 댓가로, 그에 합당한 보상을 준지 오래야."
크라단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방 먹어버린것은 로우라엘이였다. 시뻘개지다 못해 화산지대 트롤처럼 검붉어져버린 얼굴을 크라단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보더니, 말을 덧붙였다.
"나는 네놈에게 곰팡이 냄새 풀풀나는 책을 읽게 한 대신에 라텔과 화이트 나이츠에 관한 막대한 양의 정보와, 그에 대한 유래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네놈말대로 그건 누구나 읽기 싫어. 길드원들중 그 책을 읽은 놈은 너밖에 없을거다. 하지만, 너만 안다는 특권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정도면 된거 아닌가?"
"말이 된다고 보냐 이 망할 크라단!"
"충분히 되지. 얼마나 방대한 정보야? 그토록 놀라운 비밀을 너 혼자 간직할수 있다는게 자랑스럽지 않나? 그 신성한 다섯명의 이름을 아는것도 이제 너밖에 없을지도 몰라!"
"그딴 찌질한 다섯명 이름따위 알고 싶지도 않아 이 망할 총무야!"
"니가 일하는곳의 초대 원로들이야 이 싸가지 없는 녀석아. 누구는 그런 임무 주고 싶었대?"
"엉?"
순간, 로우라엘의 몸이 멈칫했다. 사실상 그는 왜 크라단이 그런 임무를 주었는지 이유를 생각 안하고 있었다. 5초정도의 정적이 흐른후. 로우라엘은 정말 그렇다는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돈만 밝히는 총무가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킬리가 없지."
"내가 돈을 밝히는것은 사실이다만, 너에게까지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데."
크라단이 불만스럽다는듯 앉은채로 팔짱을 끼고 로우라엘을 째려보았다. 로우라엘도 그런것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듯 시선을 자연스럽게 무시하며, 다시 물었다.
"그럼 나에게 이 생산성따위 눈꼽만큼도 없는 일을 시키신게 어디 사는 어떤 위인분이신가."
크라단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팔짱을 푼 뒤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천장으로 가리켰다. 간단한 행동으로, 로우라엘은 그가 가르키는 사람이 누군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윗층에는 두개의 방이 있다. 하나는 서기자 비서를 담당하는 S클래스 에벨란의 방. 그리고 또 하나는 만나기가 참 꺼져리는 길드 마스터 레일라의 방이였다. 이름이 비슷한 도서관의 서기 라일라와는 완벽한 상극으로, 놀기 좋아하고 케이크 먹는것은 사족을 못쓰며, 일하기는 죽도록 싫어하는 길드장 아닌 길드장이였다. 에벨란은 서기 역할이므로 자신에게 직접 어떠한 명령을 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단 한명만이 남을 뿐이였다.
"... 맙소사."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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